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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1.6. 쓰레기 제로 사회로 가는 길 -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

관리자 2021.06.11


쓰레기 제로 사회로 가는 길

- 환경웹진 '알면보이는 환경이야기' 2021년 6월호 에코칼럼 -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거부할 줄 알아야 한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를 거부하고, 유행을 좇는 소비를 거부해야 한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자신의 주체적인 소비를 통해서 기업마케팅에 의해 조장되는 낭비를 거부해야 한다. 거부하는 것(reject)는 기후위기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소비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 마음가짐이다.
  다행히 최근에 제비족이라는 신인류가 생겼다. 제로 웨이스트와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비건)들을 일컫는 말인데,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MZ세대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특히 반갑다.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현대문명의 낭비적인 소비흐름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다. 매장으로 용기를 들고 가서 필요한 것을 구매함으로써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천연 수세미와 대나무 칫솔, 밀랍 랩 등 플라스틱이 없는 소비를 지향한다. 개인의 소비실천을 넘어서 과대포장을 하는 기업들에 대한 문제제기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불필요한 플라스틱 스팸 뚜껑, 우유팩에 부착된 빨대, 재활용되지 않는 화장품 용기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비자 어택을 하고 있다. 쓰레기 없는 삶을 실천하면서 적극적으로 쓰레기를 사지 않을 권리를 소비자 행동으로 요구하고 있다.
  주류에서 벗어난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차츰 모여 뚜렷한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남들과는 다른 소비를 지향하느라 외로웠던 청년들이 거점을 만들고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차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서울에서 제로 웨이스트 매장과 비건 카페를 같이 하고 있는 분에게 왜 사업을 시작했느냐고 물으니 외로워서라고 답을 했다. 사업을 하고나서 제일 좋은 게 무엇인지 물으니 역시 똑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매일 만날 수 있어서라고 했다.
  알맹상점의 제로 웨이스트 지도를 보면 전국에 약 100여 곳의 제로 웨이스트 매장이 운영되고 있는데, 계속 늘어나고 있다. 환경부에서도 일회용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 무포장 매장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고, 서울시 오세훈 시장도 ‘제로 웨이스트 서울 프로젝트’를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아모레퍼시픽도 화장품 리필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고, 대형 매장 내에서도 리필 매장이 들어서고 있다. EU에서도 10개국 268곳의 제로 웨이스트 매장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2030년까지 제로 웨이스트 매장의 매출규모가 35억 유로(약 50조)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3년까지 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매장 한 곳당 연간 1톤의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포장재 없는 매장을 넘어서 다회용기로 배달음식을 이용하거나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인프라도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스타벅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제주도 매장에서 다회용기에 보증금을 붙여 테이크아웃하는 실험을 하는데 부디 실험에 성공해서 전국 매장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사람들은 굳이 왜 불편함을 감수하고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스타일을 고집할까? 우리 소비가 야기하는 생태적 문제에 대한 자각이 실천으로 귀결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태적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이 먼저 실천하고, 그것을 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을 만큼 환경문제가 악화되는 속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현대 산업문명의 생태위기는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생명체의 존재론적 위기다. 6번째 생물대멸종이 진행되는 인류세 위기 속에서 우리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한 활동이 제로 웨이스트 소비로 표현된 것이다.  
  기후변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다가 언제부터는 기후위기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기후재앙이라는 말을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산업화 이전에 비해 현재 지구 평균 기온이 1.2도 상승했는데, 210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 억제 목표 1.5도에 겨우 0.3도 남았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줄여야 한다. 앞으로 10년 이내 과연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내심 절망적인 상황이다. 2030년까지 매년 전년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8%씩 줄여나가야 한다.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실가스가 약 8% 정도 감소했을 것으로 본다. 2030년까지 매년 코로나 사태에 버금가는 충격을 견뎌야만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이다.
  플라스틱 문제는 또 어떤가? 1950년 겨우 2백만 톤에 불과한 플라스틱 소비량은 현재 약 4억 톤으로 2백배 증가했는데, 이 상태로 가면 2050년에는 10억 톤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100년 만에 사용량이 5백배가 증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약 60억 톤 가량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했는데, 이 중 단 9%만이 재활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선진국의 플라스틱 실질 재활용율은 25% 내외에 불과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는 소각되거나 매립되거나 불법투기 되고 있다.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매년 바다로 들어가는 쓰레기의 양이 11백만 톤인데, 2040년쯤에는 3천만 톤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바다에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1억5천만 톤인데, 2040년쯤에는 6억5천만 톤으로 4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서 온 세상에 미세플라스틱이 뿌려진 상태다. 강과 바다,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이 없는 곳이 없다. 1주일 평균 사람 몸속으로 들어오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평균 5그램,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이라고 한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각국 정부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금지 및 재활용을 강화하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EU는 203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재생원료 사용비율을 30% 이상 의무화할 계획이다.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글로벌 기업들도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 확대 선언을 앞 다투어 내놓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샴푸나 세제 등의 제품은 리필판매만 의무화하는 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그렇지만 피부로 느끼는 문제해결 속도보다 악화되는 속도가 더 빠르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코로나 이후 비대면 소비로 인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년동안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한 성과보다 코로나 이후 증가하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양이 훨씬 더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환경문제에 대한 소비자의 절망도 커지고 있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인간이 지구에 해만 끼치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기후 우울증이 생겼다고 하는데,  요즘은 여기에 더해 쓰레기우울증까지 추가되었다. 집안에 쌓여만 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면서 세상이 쓰레기로 덮이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자책감이 생기는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 바람은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을 불씨를 살리려는 소비자들의 몸짓이라고 생각한다. 소비를 조장하는 기업들의 마케팅을 거부하고 지구를 생각하는 주체적인 소비를 하겠다는 소비자의 권리선언이라고 생각한다.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지구를 생각하는 소비를 하겠다는 제로 웨이스트 바람이 청년들을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순간의 미풍에 그치지 않고 돌풍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소비자의 실천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벌크로 판매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서 공급해 줘야 한다. 대형 유통매장은 벌크제품 판매매장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동네마다 제로 웨이스트 매장이 설치되어 소비자들이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장바구니를 들고 걸어서 제로 웨이스트 매장을 방문할 수 있어야 한다. 일회용기를 대체해서 다회용기가 대세가 되어야 한다. 다회용기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소비문화로 정착이 되어야 한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하는 사람들이 별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이웃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인천시가 환경특별시가 되기 위해서는 알맹이 도시, 재사용 도시가 될 수 있는 인프라를 선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사람들이 제로 웨이스트를 생각하면 바로 인천시를 떠올릴 수 있도록 다른 도시에 앞선 모델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인천시민들이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스타일을 몸에 익히도록 적극적인 교육 및 홍보를 해야 한다. 환경교육센터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제로 웨이스트 문화를 활짝 피울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 시민실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인천시가 제로 웨이스트 사회로 가는 등대가 되기를 기대한다.